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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현숙 초대展

작성일
2008.06.04
첨부파일0
조회수
1714
내용
『정현숙 초대展』

* 2008년 6월 11일(수) ~ 6월 21일(토)

* 장은선 갤러리(02-730-3533)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

전통적 양식과 현대적 조형

-정현숙의 작품에 대하여 –

나전칠기니 자개농이니 하는 안방 기물들에 대한 용도와 수요는 현대에 오면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항목의 하나가 되었다. 사라져가는 전통적 양식이 비단 나전칠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 안방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양식이 사라져간다는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근래에 들어오면서 나전칠기의 방법을 현대적 조형으로 원용한 작가들이 눈에 띄는 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현숙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체로 나전칠기의 방법을 현대적 조형으로 끌어들이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접근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안방 문화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정서의 환기가 그 하나요, 나전칠기의 기술을 현대적 조형으로 전이시키는 일종의 재료의 재해석 내지는 재발견의 차원이 또 하나다. 정현숙은 어떻게 보면 이상의 두 측면을 아울러 지님으로써 그 독자의 위상을 견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 그는 전통적인 재료가 환기시키는 독특한 정서를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자개농이 화사하면서도 그윽한 내면의 향기를 머금고 있음은 다름 아닌 질료가 발하는 장식성에 기인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의 작품 속에는 과거의 문양이나 구성적 패턴을 구가하지는 않으나 질료 자체에서 나오는 독특한 장식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패턴의 반복 속에서도 화사한 질료가 발하는 독특한 장식성이 화면 전체로 확대되면서 그윽한 반향을 자아내고 있다. 그가 구사하는 조형의 패턴이 한결같이 추상적, 기하학적 구조의 것임에도 유독 나비 문양은 가장 구체적인 형상으로 떠오르고 있음이 눈길을 끌게 한다.

형태와 구조상으로 몇 개의 대표적인 카테고리를 정리해보면, 그물망 같은 직조의 전면화, 원형 또는 원형의 반복, 사각 형태와 그것의 증식, 작은 띠의 집성화 현상, 또는 그것의 다양한 변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형은 정방형의 화면에 가득히 채워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물망의 구형으로 화면을 채우는 것도 있다. 사각 속의 원이란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원의 중심으로부터 예리한 화살촉들이 밀집된 형상으로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마치 유지 우산을 펴 위에서 본 것 같은 바퀴살 모양의 원형이 화면에 가득 참으로써 시각적 충일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 원을 에워싼 그물망 조직이 출렁거리는 형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평면을 벗어난 입체화의 또 다른 변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원에 이어 빈번히 구사되는 것은 사각의 패턴이다. 사각형을 안에서부터 밖으로 향하게 지속적으로 증식되어 나오게 한 반복 구조에서부터 단순한 사각의 작은 단위를 직조해나가는 형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겹치는 사각의 형태와 원과 사각형의 조합 또는 퍼즐처럼 엮어지는 사각의 형태 등이 있는가 하면 밀집된 색 띠의 구성 등 실로 다양한 변화의 양상이 펼쳐진다.

안방의 자개농에서 보던 현란한 아름다움이 연상되면서도 자개농의 문양이나 구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만큼 현대적 감각에 의한 재해석의 새로운 양식을 만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 양식이 자아내는 독특한 정서를 내장하면서 새로운 표현의 진폭을 보여주는 그의 화면은 전통의 현대화란 놀라운 방법의 획득에 다가가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제약이 따르면서도 그것을 극복해가면서 이룩한 성과는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광수(미술평론가)

(왼쪽)정현숙 선생님과 김동길 박사님

장은선 갤러리 미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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