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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숙 초대展
- 작성일
- 200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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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4
엄윤숙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마음속으로 짤막하게 경탄했다. 낯선 그림이었는데, 첫 눈에 아주 세련된 색채 및 형태 감각의 소유자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고상한 패션으로 치장한 매혹적인 여성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의 그림은 단숨에 내 마음을 빼앗아버리고 말았다. 그림을 보면서 마치 연애하는 듯한 감정에 젖어들었던 것이다.
그의 작업은 정물화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들을 가져다가 아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저 어디서나 흔히 구할 수 있는 컵이나 접시 화병, 거기에 꽂힌 낯익은 꽃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단 그의 캔버스에 들어온 소재들은 고상하면서도 세련된 색채로 꾸며진 특별한 의상을 입는다.
뿐만 아니라 소재를 변형하거나 왜곡시키는 조형적인 해석력은 기능이나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다. 거기에다가 오직 특출한 미적 감수성에 의한 미묘한 혼색 및 색채대비에서는 거의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듯하다.
그는 구체적인 형태를 나타내면서도 입체적인 공간감을 상당부분 포기한다.평면적인 이미지와 입체적인 이미지를 교배하여 이질적인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처럼 이질적인 형태가 가저다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각별한 것이다. 그만의 개별적인 미적 감수성의 한 증표로서 제시되는 이질적인 형태미야말로 조형미가 던저주는 다양한 가치의 혼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으로 결코 허물 수 없는 확고한 개별적인 성채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성채가 얼마만한 크기로 완성될 것인지는 순전히 이후의 작업성과에 따른 문제이다.
신 항 섭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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