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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말환 초대展
- 작성일
-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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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405
안말환의 그림에는 수직으로 직립 한 나무가 단독으로 등장한다. 나무의 특정 부위가 강조된 화면은 몸통과 상단의 갈라진 가지를 부각시킨다. 복잡한 나무를 매우 함축적이고 인상적으로 떠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무라는 존재의 본질에 겨냥되어있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그 나무는 다분히 실존적 존재에 가깝다. 아울러 지상에서 하늘로 솟구친 나무의 자태는 우주목의 형상으로 다가온다. 이 작가가 그린 나무들은 대부분 다양한 재료의 혼합과 일정한 두께와 절제된 색채로 버무려진 표면처리를 배경으로 발산하는 가지, 무성한 기운, 두툼한 나무둥치, 오래된 나무껍질의 질감과 흔적, 나뭇가지와 결이 음각으로 피어오르거나 나무의 재질감, 물성을 촉각화 시키고 있다. 나이프 등으로 긁어서 만든 선들이 나무등걸의 이미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것은 비어있는 선들, 윤곽과 빈틈들이 실재를 연상시킨다는 묘미도 뒤따른다.
사실 나무와 바위가 한국인들에게 의미 있는 대상이자 경외와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대상인 이유의 하나가 그 변함없는 존재성에 기인할 것이다. 그것은 유한하고 변하기 쉬운 우리네 인간과 가장 먼 거리에서 침묵으로 빛난다. 자연은 그렇게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경이로움을 준다.
나무를 보고있노라면 이 세상에는 나무와 나무 아닌 것들로 나뉘어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 없는 세상을 떠올리기란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상상으로 떠올리는 낙원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 역시 나무와 풀과 꽃들이 만발한 곳이다. 따라서 나무를 소재로 한 많은 이미지들은 결국 이상향, 인간 삶의 부재를 대체하는 충만함 등을 표상 해왔다.
작가는 살아온 생애의 기억과 그 세월의 입김과 자취들, 그리고 인간에게 하나의 덕목으로 다가오는 나무의 본성들을 떠올리면서 나무를 다듬고 매만지면서 이를 하나씩 그림으로 옮겨내고 있음을 본다. 즉 그 나무와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화폭으로 불러들여 나무의 몸을 성형하면서 바람과 태양과 얽힌 사연을, 또한 작가에게 있어 나무와 함께 한 생애의 기억을 마치 소가 여물을 먹듯이 그렇게 오래도록 반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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